평면의 시간.


도움을 주신 과학자 : Kist 유범재 박사님, 대전 천문 과학원 임형철 박사님
작동원리 ; 세개의 원형 인물상이 아주 천천히 하루 한번 좌우로 왕복 운동을 하여 다빈치 상의 수직 각도를 변화시킴.

작품의 개념:

상상해 보라 내 눈앞에 한사람이 서 있다. 그는 지표면에 두 다리를 딧고 당당하게 수직적으로 서 있다. 이 모습으로부터 끝없이 Zoom out 하여 우주 공간에서 다시 조망해보면 조금 전 그 사람은 원형의 지구위에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다시 천천히 돌고 있는 지구를 상상한다. 지구는 동그란 형태를 하고 있으며-사실은 찌그러진 타원형이지만- 상층부 지구 회전축을 중심으로 한 평도 되지 않는 땅위에 서있는 단 한사람만이 천천히 지구와 함께 돌고 있고 그는 좌나 우로 편향되지 않은 그대로의 중심을 잡고 서 있다. 그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24시간 비행 해야지만 갈수 있는 지구 한바퀴의 거리를 단 한걸음에 돌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위치를 잡고 서 있는 사람으로 60억 인구 중에 단 한 사람 만이 온전한 수직성을 견지 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권력적이다.

이것이 작업의 시작 이다. 이번작업은 A4 용지 위에 그려진 착시와 넌센스에 기반 한 공상이다. 마치 아인슈타인이 상상실험과도 같이 눈으로 확인 할 수 없는 어떤 조건 속에서 아주 간단하게 스케치북을 펴고 그 위에 지구의 도상과 직립한 인간을 상정한 단순한 그림에서부터였다.

세상에는 상식적인 지식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 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구는 둥글다' 사실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원형의 형태이며 그 위에 살고 있는 인류는 마치 솔방울의 가시처럼 지구표면에 붙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을 나는 도통 실감을 하질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갈릴레오 나 코페르니쿠스 선생의 선각자적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울러 우주의 시청각 자료를 보고도 그 믿음이 의심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 뭐랄까 이를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나의 시야각이 너무 좁은 것 같다.

우주와 세계에 대한 인식을 처음 하던 고대인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수직적으로 자신이 딛고 선 땅에 수직적으로 서있었을 뿐 단 한번도 기울어진 적은 없었다. 물론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여행을 해본 우주인들은 제외될 것 같지만 그들도 기록화면을 보면 자신들이 대기권을 벗어나면서 차츰 수평선이 원형으로 변해가는 광경을 볼 수는 있지만 지구가 거대하게 직선에서 원형으로 변해가는 엄청난 광경 앞에서 지구는 방금 전 자신이 딛고 선 그 땅이 아니라 거대한 한 객체를 확인하는 것이리라 상상해 본다. 그 것의 이름이 지구일 뿐 동구 밖에서부터 확인한 친근한 고향집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정작 예외적인 경험을 한 사람은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자신보다 서너 배 큰 별에 살던 '생 덱쥐베리의 어린왕자'쯤 일까?

이번 작업은 우리들이 심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직성과 실제적(과학적) 수직성 간의 각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과 이 도시의 대척점에 있는 ‘아루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그리고 적도 근처의 ‘케냐의 나이로비’를 기준으로 각도시의 지구 자전운동에 의한 위치 각도의 변화를 나타낸다. 가령 서울은 시계방향으로 104도를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110도를 ’나이로비‘는 시계반대방향으로 177도의 각도를 하루 1번 왕복하게 되는데 이는 실시간으로 기준각도인 지구 공전축의 각도 즉 0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작품과 관람자 간의 각도차가 과학적 세계와 심정적 감각 사이의 차이를 의미 한다. 그러나 이 각도 계산은 정확한 3차원 공간을 구현하기 보다는 직립성과 수직성만을 작업의 개념으로 삼은 관계로 공간 좌표 중 y축만을 표현하였다. 이는 고대인의 시각에서 끝없이 널은 세계 (수평성) 와 대면하고 있는 외로운 단독자의 주체성-자신의 좌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준을 상정 할 수밖에 없는 상대적 관점보다는 더 멋지지 않은가? - 을 부각시키기도 하면서 우리가 매 순간 부딪치는 일상_자신이 지구에 매달려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 과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역설적으로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인식의 평면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구를 포함한 우주의 그 거대한 스케일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고 그 엄청난 질량 앞에서 모든 것은 휘어지듯이 정확히 자신이 서있는 좌표의 심도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물리적 시각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과학적 증거와 감각 사이에서 또 다른 세계관을 인간은 끝임 없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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