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고리와 알고리즘
조각가 안수진

젖은 의자에 누운 꿈은 불편하다.<그때,1994>
얼굴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가위,1994>
방바닥 밑에서는 갉는 소리가 들려왔다.<결단은 무위로 돌아가고,1994>
물뱀<as soon as,1995>은 매순간 스쳐지나가고,
욕망은 성욕처럼 <욕망은 순간을 기대한다.1994>사그러지는 공허한 사정<끝없는 착각,1996>.
잠시 전 출렁이던 물결<수평의 꿈,1999>
은 이내 파라핀처럼 굳어버렸다.<나의 연못,1999>
누군가 '안녕' 하면서 인사를 했던 것 같은데<Hi !,1999>
그는 생각보다 먼 곳에 있었다.<안전지대,1999> 작업노트 중에서



작품이 작동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마력으로 다가왔다. 미래파 , 구성주의, 다다로 이어지는 조각에 있어 시간성의 문제와 테크놀로지의 천작은 있어 왔지만 내가 이를 주목한 것은 '서사'를 표현하기 쉽다는 이유에서 이다. 물론 지난 미술운동에서 미술의 서사성을 강력히 부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미술이 갖는 순수성과 자족성에 대한 진단에서 비롯된바 형식주의 미술에서 배제된 덕목이었다. 공간예술로서의 조형예술과 문학의 표현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 이 둘의 표현수단은 서로 다르며 표현의 대상도 달리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학은 서술이고 조각은 물질로써의 태생적 한계 내에서 그 비젼을 제시해야 할 어떤 것이다.' 는 장르적 독자성은 그러나 모더니즘 이후 그 행보가 현격히 둔화 되었다. 매체와 재료가 피워낼 수 있는 상상력의 약발은 몰락한 종부의 마른기침 소리 같았다. '인생과 세계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 예술이지 않을까? ' 라는 상위가설로 그 금욕성 으로부터 선회를 꾀하였다.

예술이 질문자의 위치를 점한다는 것은 그 표현수단 보다 선행한다고 생각했으며 삶을 느끼는 개인의 정서와 의식의 흐름,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태적 성향으로 하나의 사실을 증거 하는 전통적 조각어법에서 보다는 보다 효용한 수단을 제공하리라 생각 했다. 변덕스럽고 불완전한 유동하는 의식과 같은 바로 현재, 지금을 신축적으로 설명하는 조각의 표현을 생각 했다. 조각이 조각으로서 그 안온한 위치에서 내려와 조금은 애매하고 조금은 불안하지만 조각을 중성적으로 또는 흐물흐물하게 변화 시켜야 했다.

언어의 조형화 , 시사적 개념의 차용, 물질과 그 움직임의 분석적 접근 , 의미전달을 하는 사인(Sign)으로서 동력의 사용은 실제적 움직임이 물질적 연상<알레고리>으로 작업의 흐름을 유도하는 일련의 시나리오<알고리즘>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기계적 알고리즘과 문학적 알레고리는 일정한 문맥의 성격을 띠며 이는 잘 제어된 작품의 내적 외적 구성의 풍경으로 협소한 심미적 기계미학으로 함몰될 위험성으로부터 작업를 보다 자유롭게 열어놓게 된다. 이로써 나의 작업은 '장치'로서의 모습을 전개하게 된다.

장치는 여러 부속으로 구성되어진다. 기존물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 고안해 제작해야 할 부분도 많이 생기게 된다. 정연한 설계와 제작이 수반되어지는 것은 기계의 논리적 부분이지만 작업의 문맥을 설정하고 이를 시연 할 수 있는 장치로서의 작품은 기계적으로 그 독창적인 형태와 기능으로 공리적 기계세계에서 조금 비켜서 있다. 나의 기계 장치들은 여러 입출력 장치들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입력과 출력은 끝없이 상부와 하부로 공고히 연결된 보전과 배신의 알고리즘 통로로 의미를 전이 시키도록 고안되어졌다. 즉 심리적인 전치작용을 유도하는 연상을 그 엔진으로 삼아 구동 되는 장치로 개인과 집단, 시각성과 청각성, 항상성과 일시성 등 현대적 삶의 불안한 가치기준에 대해 기대와 불일치로 모순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이것의 부속품들은 1차적으로 기계에 국한되지만 그 선택은 내적 삶의 조건들과 연결된 것으로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오감 장치들과 인문사회학적인 조건들을 나열하여 서로 이합, 집산하여 실제 삶의 사회적 장치로부터 보장 받게 되는 극단의 안위와 얻게 될 지루한 반복, 그것으로부터의 허무와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의지까지 일상의 권력과, 정치성을 그 수면 위로 부각 시키는 것이다.
작업초기 인간의 실존적 존재에 대한 다소 비관적인 서술은 지난 80년대의 굴욕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기억이었음을 부정 할 수 없지만 좀더 시야를 넓힐 필요를 느끼게 되었던 것은 작업이 특화 된 개인의 감정으로 자기확인을 하는 것에서 사회구조 속에서 장치화 하려는 집단의 욕망을 보편성의 문제로 보고자 한 것이다.



그곳에서 어떤 모의가 있었다,<스테레오 수조,2004>
몇몇 사람은 사라졌다 다시 등장하고 <교집합 다리,2004)>
똑따거리는 시계소리에 반응하던 것들은 <메트로놈,2004)>
줄줄 치욕이 흘러내리는 가방을 <가방,2003>
들고 구멍 속으로 살아졌다.<상처 혹은 숨구멍,2000>

작업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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