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진의 작업에 대하여 /미술평론 / 조 은 정

때로는 기계의 무표정함이 인간의 표정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 썸듯해지기도 한다. 물론 기계자체야 제 할일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지만 안수진의 기계들은 작가의 감정을 예민하게 전달한다.

"치욕" "소외"그리고 "허상" 이라는 단어는 이 작가의 주된 심리 상태를 설명하는 단어이지만 이 단편적인 언어를 통해 사회와 연계된 인간의 감정 상태를 보게 된다
.
미미한 존재인 개인이 거대한 구조체인 사회에 대해 갖는 희망과 좌절 그리고 공포라는 단어로 치환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기제는 '피드 백'에서 더욱 여실히 증명되는데 이 섬세한 기계는 아주 무심히 천천히 다가왔다가 쪼르르 가버리는 행동의 반복을 통해 소외를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묘한 신경증적인 데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 기계가 갖는 편리성 내지는 생산성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안수진의 기계가 매우 가상하게 보인다.
그것은 마치 작가의 화필이나 조각도와 같아서 그 한번의 움직임에 다른 형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의 환영은 작가의 꿈에 의해 실현됨이 확실할진대 ,작가는 소외의 양상을 사회에서 찾을 일은 아닌 성싶다, 기계가 기계자체로서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는 이때 인간은 이들 기계에서마저 소외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현듯 불안이 엄습한다.

오차를 허용치 않는 기계적 작동에서 새로운 물성의 예술이 탄생하고 작가의 심성을 기계가 표현하는 일에 익숙해진 현재, 기계를 통한 주체적 인간의 반성 이면에 자리한 또 다른 소외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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